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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통신사 해킹 방지, 양자내성암호 도입해야

고투백 2025. 5. 3. 09:51

최근 발생한 SK텔레콤의 대규모 해킹 사태는 단순한 한 기업의 정보보안 실패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근본적 위기의 신호탄이다. 우리 사회에서 통신사는 국가 기간망과 다를 바 없을 만큼 이번 사건은 정보보호 패러다임 자체를 재점검해야 할 필요성을 환기시켜 준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지금의 데이터 보호 방식에서는 기존 암호체계가 더 이상 현대의 정교한 공격 기법, 그리고 머지않아 등장할 양자컴퓨터 기반의 공격에 대해 유효한 방어수단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번 사건으로 기존 암호체계로는 더 이상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우리 모두 인지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통신, 금융, 공공기관은 RSA, ECC 기반의 공개키암호(PKI)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암호체계가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될 경우 무력화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암호를 빠른 시간 안에 해독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로 인해 'Harvest Now, Decrypt Later', 즉 지금 데이터를 탈취해 미래에 해독하는 전략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이번 SK텔레콤 해킹은 단지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탈취된 데이터가 미래에 양자컴퓨터로 해독될 경우 금융정보, 개인정보, 기업 기술자산 등이 대규모로 노출될 수 있다. 국가 경제와 사회 질서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선진국들은 양자컴퓨터 위협에 대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NIST(국립표준기술연구소)가 2022년 양자내성암호(PQC) 표준을 발표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정부에 3년 이내 PQC 전환 계획을 수립하도록 지시했다(NSM-10). JP모건체이스 등 금융권은 블록체인 송금 테스트에 PQC를 적용하기 시작했고,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도 PQC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Quantum Technologies Flagship' 프로그램을 통해 2025년까지 주요 기관의 PQC 전환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처럼미국과 유럽은 양자컴퓨터 상용화 이전에 보안체계를 전환하는 것을 국가전략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이번 해킹 사태가 우리에 시사하는 것은 한국도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통신사는 물론, 공공기관, 금융기관, 에너지, 의료 분야까지 전방위적으로 양자내성암호(PQC)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국가 기간망은 물론이고 대규모 개인정보를 다루는 사업자, 5G 및 차세대 통신 인프라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PQC를 적용해야 한다.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을 고려해 하이브리드 암호체계를 도입하고, 장기적으로는 PQC 기반의 완전한 전환을 목표로 하는 단계적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첫째, PQC 기반 통신 및 인증 체계로의 점진적 전환이 필요하다. 기존 암호체계와 PQC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통해 이행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둘째, 보안키 관리체계(KMS)와 하드웨어 보안모듈(HSM) 강화 방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특히 양자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된 PQC 기반 보안키나 HSM은 향후 데이터 보호를 위한 주요 수단이 될 수 있다.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점진적 적용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정부 차원의 통합 로드맵 마련이 중요하다. 기관별로 대응이 제각각 이뤄질 경우 보안 수준에 격차가 생기고 전체 시스템이 위험해질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 PQC 전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는 순간, 과거에 탈취된 데이터들은 순식간에 해독될 것이며, 그 때는 이번 사태보다 예측할 수 없는 큰 충격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이는 개인 프라이버시의 침해를 넘어 금융시장, 국가 안보, 사회 질서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심각한 위협일 수 있다.

데이터 보호는 예방이 핵심이며, 선제적 준비 없이는 디지털 경제 강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 이번 해킹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디지털 주권을 지키기 위한 방향성을 묻는 경고다. 대한민국이 미래에도 안전하고 신뢰받는 디지털 국가로 남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부터 양자컴퓨터 위협에 대응하는 전략적 준비가 절실하다.

 

 

[출처 : 디지털타임스 : 오상근 KQC(한국컨텀컴퓨팅)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