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밖으로 나온 한국 양자 생태계, 글로벌 허브로 도약 위한 '개방·집중' 전략 공유
투자·미들웨어·하드웨어 총출동, "리스크를 피하는 기업은 깃발을 꽂을 수 없다"

지난 3일 , 서울 포스코타워 역삼에서 열린 ‘2025 한국양자산업 리더스포럼’은 국내 양자산업 전반의 흐름이 연구 중심 단계에서 산업화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자리였다. 국내 주요 연구기관, 기업, 글로벌 양자기업, 스타트업, 정책 담당자들이 한데 모여 지금 한국 양자산업이 어떤 지점에 서 있으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드러냈다.
행사의 문을 연 오리엔텀 대표 방승현 한국양자산업협회 회장은 “2025년은 한국 양자산업이 본격적인 산업화로 이동하는 원년”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협회가 100여 개 정회원사를 돌파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생태계가 이제 연구실 밖으로 나와 산업적 구조를 갖추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양자 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며 국내 기업·연구기관·정부 간의 협력 필요성을 역설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백승욱 한국연구재단 양자기술단장은 한국 양자기술의 현재 위치를 ‘라운딩의 시작’으로 비유했다. 그는 “3~4년 전만 해도 해외에서는 한국이 양자를 하고 있는지조차 몰랐다”며 “이제는 주요국과 실력을 교환하며 함께 게임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설명했다.
백 단장은 향후 한국 전략의 핵심을 ‘개방’과 ‘집중’이라고 정리했다. 미국처럼 자본·인력이 풍부하지도 않고, 네덜란드처럼 작고 집중적인 구조도 아니라는 한국의 특성을 언급하며 “핵심 타겟을 명확히 설정한 뒤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2026년부터 본격화될 국가 R&D 2단계를 “한국 양자 100년의 첫 페이지”라고 표현하며, 테스트베드 국제 상호검증, 양자 파운드리 준비, 표준화 협력, 국제 매칭펀드 확대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글로벌 시장·산업 관점에서는 Kearney 천정우 파트너가 ‘가능성의 과학에서 산업의 단계로 넘어가는 시기’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그는 양자컴퓨팅 시장이 최근 5년간 연평균 41%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이는 초기 실험 단계의 기술이 상업화 접점을 향해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이 ‘2030 Quantum First’를 공식화하며 양자기술을 국가안보 인프라 차원의 기술로 다루기 시작한 점은 향후 세계 양자산업의 지형을 크게 바꿀 요소로 꼽았다. 금융, 화학·신소재, 물류, 제약 등 네 분야가 2035년까지 전체 경제적 가치의 대부분을 창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하며 “양자활용 산업은 이제 실험이 아닌 시장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 관점에서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최수임 수석심사역의 발표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양자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가장 높은 진입장벽과 가장 큰 기회를 동시에 가진 산업”이라고 진단하며, 미국 양자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성장한 배경을 ‘민간 자본력·정부 프로그램·창업자의 선점 의지’로 요약했다.
오류정정, 모듈러 아키텍처, 미들웨어, 하이브리드 알고리즘 등 VC가 실제로 집중 투자하는 기술군을 제시하며 “리스크를 피하는 기업은 깃발을 꽂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발언이 인상적이었다.
기술 발표에서는 미들웨어, 회로 합성, 하드웨어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가 총출동했다.
LG전자 차혁근 책임연구원은 프로그래밍 언어가 회로·펄스를 거쳐 QPU로 전달되는 양자 시스템 전 과정을 실제 실험 기반으로 설명하며 미들웨어 기술의 구체적 구조를 공개했다. LG전자는 20큐비트 테스트베드를 활용해 펄스 스케줄링, 노이즈 기반 최적화, 오토 캘리브레이션 등 이미 실험적 구현을 상당 수준 진행한 상태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Classiq는 알고리즘만 작성하면 회로 합성·최적화·호환성 등을 자동 처리하는 소프트웨어 풀스택 전략을 소개했다. 97% 회로 압축, 다양한 QPU 호환성, AI 기반 자동 디버깅 등 소프트웨어 중심의 혁신을 앞세워 아시아 시장에서의 확장 계획도 함께 밝혔다.
하드웨어 분야 발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브라이튼퀀텀 이동환 대표는 단광자 광원 기술이 양자 컴퓨터·양자 통신·양자 네트워크를 관통하는 핵심 요소임을 강조하며, 냉동기를 사용하지 않는 실온 단광자 광원을 현실화할 경우 크기·가격을 각각 100분의 1, 6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는 향후 ‘양자 PC’ 시대의 기반 기술로 평가된다.
GQT코리아 곽승환 대표는 “양자를 일상으로 끌어오는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 단일광자 센서를 이용한 가격·크기 혁신형 양자암호 장비, PCR을 대체하는 15분 감염병 진단, 단일광자 기반 라이다, 마약·혈당 검출 등 양자 센서 기술의 실질적 활용 사례를 대거 공개하며 현장의 관심을 모았다.
중성원자 기반 양자컴퓨터 기업 파스칼의 정형주 부사장은 1,100큐비트 구현, 200큐비트 장비 상용화 등 급격한 확장 로드맵을 공유했다. 파스칼은 서울에 중성원자 기반 양자컴퓨팅 센터를 구축하고 5년간 50명 채용·750억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한국 시장을 아시아 거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산업 적용 사례에서는 분자설계연구소 임호철 박사가 양자 머신러닝(QML)을 이용한 이산화탄소 포집 신소재 탐색 연구를 공유했다. 그는 다섯 개의 물성 중 네 개에서 고전 모델 대비 우수한 예측 성능을 확인했다고 설명하며, “데이터가 적은 신약·신소재 분야에서 QML은 실용적 수준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마지막 발표를 맡은 IQM 김영심 지사장은 유럽이 이미 하이브리드 HPC+양자 시스템을 표준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IQM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양자컴퓨터를 생산·판매하고 있으며, 유럽 12개 슈퍼컴퓨팅 센터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연동하고 있다.
그녀는 “양자컴퓨터는 더 이상 연구실 장비가 아니라 연중무휴 자동 운영되는 산업용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IQM은 내년 150큐비트 QPU 공개, 오류정정 전용 플랫폼 출시 등 적극적인 확장 계획을 제시했다.
이번 리더스포럼은 단순한 기술 발표가 아니라, 한국 양자산업이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로 향하는지, 그리고 어떤 속도로 산업화를 준비하고 있는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시장·정책·투자·기술·응용이 한 공간에 겹쳐진 이날의 흐름은 한국 양자산업이 2026년을 기점으로 산업 생태계의 실제 규모 형성에 들어간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한다. 연구 중심 국가에서 산업 중심 국가로의 전환, 그리고 글로벌 경쟁의 무대에 본격적으로 올라서는 과정. 그 시작점은 분명히 이날 포럼의 무대 위에서 또렷하게 드러났다.
[출처 : 양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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